2011.01.22 14:56

어릴적부터, 나는 무척이나 칼질을 좋아했다.
자르고 깎는 것이 왜 재미있었던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별 것 없는 나무 봉 같은 것을 깎아 연필모양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붙이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건 여전하다.
그리는 것에는 능하지는 못했다. (항상 스케치하면 칭찬듣고 색칠하면 B를 겨우 받았다.;;)
그래서 나는 자르고, 붙이고, 깎고, 파내고, 혹은 사진을 찍는 방법으로 욕심을 표현한다.

어디서 났던 것인지, 집에는 정말 지우개라고 믿기 어려운 고무덩어리가 있었다.
지워지지도 않는 그 주황색 덩어리는 한동안 서랍에서 굴러다니다가
바닥에 혹은 어딘가에 달라 붙어서, 지저분해지기만 했었다.

'저런 걸로 도장 같은걸 파면, 튼튼하기는 하겠다.'
어쩌다 스쳐지나간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10대 후반이었던 고등학생쯤 되었지 않았을까.
(이 아이다. 지금도 살림살이 구석에 있는 작은 녀석. 아, 있던가? 망가졌던가?)

이것이 지우개쟁이..의 시작이었다. 물론 요이 땅!은 아니었지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시도했던 아이였던거다.
잘 보면 무언가 뜯겨있고, 잘 보면 지저분했던, 작은 고무덩어리 하나.
Posted by 白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