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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파내기 :)/만들어봤어요 :D

수행평가 그리고 도장

알만한 이는 다 아는 백야의 원래 직업은 교사이다. 중등 과학교사.
과학과는 무려 한 학기 성적의 40%가 수행평가로 이루어진다. (이게 말이 40%지... 어마어마한 비율이다.)
그래서 대부분, 10점 정도는 태도점수로 평가된다. 과제나, 준비성, 수업태도 등등.

이 10점짜리 태도점수를 더 즐겁게, 임팩트있게 주는 방법은 없을까, 에 대해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도장판! 이었다. 열칸짜리 도장판을 주고, 도장을 받은 갯수에 따라 점수를 주는거다.

중학생쯤 되면 아이들이, '아 뭐 이런 유치한걸 하고 그래요' 라고 반응한다.
그렇지만 실상은... 아닌척 하느라 기를 쓰는거지, 엄청나게 집착한다. -_-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대사탕 하나 걸린 가위바위보에 교실이 불타오르고,
이미 평가가 끝나서 태도점수 만점을 받았는데도 도장을 받으러 나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건 뭐... 어른들이라고 별반 다르진 않다. 대신 어른들은 오히려 '나 그런거 좋아해!'라고 더 솔직하달까?)

도장판을 만들기로 했으니 필요한건 도장이렷다.

이쁘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도장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은 좀 오버이고,
어쨌든 대형 문구점을 한참 돌았다. 강남 교보가 그나마 제일 많은 스탬프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치만 그다지, 마음에 드는 건 없더라.

정작 내가 마음에 든 것은 동네 문구점에서 만난 것들.
솜씨에서 나온 4천 얼마 하던 도장 세트, 그리고 딸랑 1500원에 도장이 8개나 들어있던 made in china 세트.
(저게 고무라기에는 약간 단단해서, 스탬핑은 어렵지만 미세한 부분까지 선명하게 스탬핑되는 장점이 있다.)

그 와중에, 흠... 내 이름은 어떨까? 하고 지우개를 파봤다.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서.
도안은 디지영이체로 이름을 써서 인쇄했지만, 그때만 해도 도안 옮기는 기술 같은 것 당연히 없었으니
결과물은 참혹할 지경이었다. ㅋㅋㅋㅋ


결국 저 조악한 아이는 아이들에게는 찍어주지 않았고, 이름 받침이 그나마 떨어져나가며 명을 다하게 된다. -_-;

도장찾아 헤매이다가 만난 곳은,
스탬프 매니아들의 천국, 스탬프마마였다.  http://www.stampmama.com/

그곳에서 나는 '바로 이거야!!!!!!'라는 느낌을 받지만,
엄청난 도장들의 가격에 바로 좌절하게 된다.
아이들은 '선생님 도장판 크기에 비해 도장이 너무 작아요 -_-^' 라고 하고 있었고.
그렇게 1학기는 끝났다....ㅠㅠ